마당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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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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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로 지하에서 울리는 진동의 정체

“문인로 어디선가 진동이 멈추지 않는다”
새해 첫 제보가 마당발 앞으로 도착했다. 동천동과 풍덕천동을 잇는 길목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울린다는 수상한 진동
그 울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마당발이 직접 출동했다.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어스름한 저녁. 깜깜한 골목을 따라 제보자와 함께 진동의 흐름을 추적했다. 흔들리는 불빛 아래 멈춰 선 곳은 한 지하 계단 앞. 조심스레 문을 열자, 가슴을 쿵쾅 두드리는 묵직한 울림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곳이 바로… 문인로를 흔들리게 한다는 그 스튜디오인가요?”
정체는 의외였다. 비밀 집단도, 공사 현장도 아니었다. 재작년 이우학교 학부모들이 모여 결성한 밴드 ‘꽃다발’의 연습실이었다. 음악이 좋고 사람이 좋아 만나게 된 이들은 보부상처럼 장비를 들고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허름하지만 가능성으로 가득한 지하 공간을 발견했다.
“인생의 중반쯤 왔는데, 못할 게 뭐 있겠나.”
그 한마디로 시작된 공사는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부수고, 두들기고, 닦고, 칠하며 완성한 공간.
이름하여 Sound of Miracle, SOM 스튜디오.
문인로를 흔들던 진동의 실체는 소음이 아니다. 늦게 다시 잡은 악기, 멈추지 않는 로망, 그리고 마을과 나누고 싶은 마음의 파동이었다.

꽃다발 miracle #1

이우학교에는 오래된 학부모 밴드들이 이미 있지만, 새로 진학한 자녀들처럼 부모들도 새 터전에서 자연스럽게 모였다. 초보가 대부분인 열 명의 멤버는 결성 몇 달 만에 학교 축제 무대에 올랐다. 성별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 각자 좋아하는 악기를 맡고 있다.

솜 스튜디오 miracle #2

마음이 모여도 담을 그릇이 없다면 흐지부지되기 쉽다. 그 그릇이 되어 준 곳이 바로 이들의 아지트, ‘SOM(Sound of Miracle) 스튜디오’다. 기적으로 뚝딱 만들어진 공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실제로 숨 쉬는 곳. 각자의 재능으로 손수 가꾼 이곳에서는 꽃다발 밴드뿐 아니라, 이우학교의 스무 개가 넘는 학생 밴드들이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드럼을 치고, 누군가는 건반 앞에 앉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른다. 혼자 연습하던 음악이 합주가 되고, 각자의 취향이 모여 하나의 곡이 되는 과정이 이곳의 하루를 만든다.
공간은 세 곳으로 나뉜다. 여러 명이 함께 연주하는 ‘바다룸’, 소규모 연습을 위한 ‘숲룸’, 그리고 대화와 교류를 위한 ‘뜰’. 드럼과 기타·베이스 앰프, 건반, PA 시스템을 갖추고 방음과 룸 어쿠스틱까지 고려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다. 잘 연주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계속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란다고 한다.
이제는 조금 더 넓게 바라볼 여유도 생겼다.
지난해 말, 마을 송년회를 통해 마을 활동을 본격적으로 접한 이들은, 그 울림을 더 넓게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이 공간이 음악 연습실로서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회의를 하거나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거나,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연대할 수 있는 제안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그들의 환대 어린 웃음이, 추운 날씨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마당발의 어깨마저 들썩이게 했다.
진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로 머물지 않겠다는 그 사운드는, 이미 마을을 깨우는 신호탄이 됐다. 5월 첫 단독 공연까지 준비 중이라니, 한아름 꽃다발 선물을 받으러 갈 마을 사람들 모두 모여라!
공간과 사람들 : 솜 스튜디오, 꽃다발 밴드
인터뷰 : 일렁, 보노보노
소개 글 : 보노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