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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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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졸업, 우리 모두의 시간

김승현 학생의 수지꿈학교 졸업 답사
“단 한 사람을 졸업시키기 위해 우리 모두 여기에 모였습니다.”
2월 13일 저녁, 8학년 남연후 학생의 멘트로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한 명이어서 더 귀한 9학년(중학교 3학년) 김승현 학생(이하 승현 군)의 사진을 300개의 풍선에 붙여 놓고, 수지꿈학교 전체가 꼬박 하루를 축하하고 있다. 아침 등굣길에는 아빠 밴드의 축하 공연으로, 낮에는 재학생들과 함께하는 졸업식으로. 이제는 부모님들의 축하를 받을 차례다.
뜨거운 환호 속에서 앞에 선 승현 군이 졸업 답사를 읽어 내려갔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9년의 기록. 1학년 후배들부터 졸업 선배들,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숨죽여 집중하기도 하고, 몰래 울기도 했다.
다음은 승현 군의 졸업 답사글이다.
안녕하세요. 수지꿈학교 졸업생 김승현입니다.
저는 수지꿈학교에 입학했다기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스며들 듯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7살, 유치원을 다니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기에 유치원에 가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버티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를 수지꿈학교 체험학습 장소(학교)에 데려다주게 되었습니다. 1, 2학년 아이들이 들뜬 표정으로 모여 있었고, 가방을 메고 친구들과 웃으며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왜 나는 저기에 못 가지?’ 그날 저는 유치원 대신 그 체험학습에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해돋이 선생님과 세계로 선생님의 양해 덕분에, 저는 그날 하루 수지꿈학교 1, 2학년 사이에 끼어 체험학습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그 하루가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낯선 아이들 사이였지만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고, 하루 종일 웃고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돌아오는 길, 저는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유치원 안 가고 여기 다니면 안 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돋이 선생님의 권유로 저는 7살 5월, 수지꿈학교에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9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학년 시절의 제 기억은 운동장에 가장 많이 머물러 있습니다. 저는 축구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형들과 함께 공을 차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중학년, 고학년 형들 사이에 껴서 공을 쫓아다니던 저는 늘 막내였지만, 그 안에서만큼은 동등한 한 명의 선수였습니다. 형들이 패스를 해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가끔은 “잘했다”는 한마디를 건네주던 순간들. 저는 그 운동장에서 나이 차이를 넘어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공동체라는 말의 의미를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운동장이 저의 첫 공동체였습니다.
졸업식 아침 등굣길 운동장에서 아빠 밴드의 공연으로 축하를 받는 승현 군의 가족
3학년부터 5학년까지는 살림 반에서 지냈습니다. 세 반으로 나뉘어 생활하다 보니, 동급생들을 매일 보지 못했고 교과 수업 시간에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6학년이 되어 다시 동급생들끼리 한 반으로 모였을 때, 그 기쁨은 정말 컸습니다. 우리는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동시에 정말 많이 부딪혔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고, 하루 종일 말을 안 하다가도 다음 날이면 다시 붙어 다녔습니다. 놀 때도 다 같이, 싸울 때도 다 같이였습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우리는 서툴렀지만 진심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뜨겁게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6학년을 마치고 중학교 과정을 선택해야 할 때, 몇몇 친구들이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7학년이 되었고, 저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마주했습니다. 단 한 학년이 올라갔을 뿐인데 수업의 깊이와 무게는 전혀 달랐습니다. ‘삶과 철학’ 수업에서는 하나의 질문을 붙들고 한 시간, 두 시간씩 생각해야 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 ‘정말 그렇게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쥐어짜듯 생각했고, 더 이상 쓸 말이 없다고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문장을 이어갔습니다. ‘말과 글’ 수업에서는 책을 읽고 저자와 등장인물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찾아야 했습니다. 단순한 줄거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읽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을 글로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선배들의 발표를 들으며, 저는 경청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끝까지 듣는 일,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해하려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수업은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고학년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1년 동안 제작했습니다. 연출, 대본, 촬영, 편집으로 역할을 나누고 긴 시간 협업했습니다. 의견이 부딪치기도 했고, 방향을 두고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한 편의 영상을 완성했고, 시사회까지 열었습니다. 청소년 자살을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던 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무거운 주제 앞에서 우리는 수없이 대화했고,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이그나이트 발표를 준비하며 대본을 수십 번 외우고,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긴장했던 기억도 아직 선명합니다. 그 1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7학년을 마치고 제 글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 저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생각의 깊이가 달라졌고, 문장의 밀도가 달라졌고, 발표할 때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저는 ‘공동체의 삶’을 배웠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책임지고, 함께 완성하는 경험. 그것이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관계의 소중함을 가장 뼈아프게 배우기도 했습니다.
답사문을 들고 있는 승현 군
7학년 동안 함께 버텨냈던 친구들이 하나둘 학교를 떠났고, 결국 저는 두 해 동안 한 학년에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외로웠습니다. 마음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습니다. 학년별 수업 시간, 교실에 혼자 앉아 있던 그 순간의 정적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의자를 끄는 소리도, 웃음소리도 없이 혼자 책을 펼치던 시간. 그 고요함 속에서 저는 혼자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마주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함께 웃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처음에는 마음을 닫았습니다. 학년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괜히 더 외로워질까 봐 스스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7학년 때 함께 고생하며 가까워졌던 선배들과도, 새로 올라온 7학년 후배들과도 일부러 많이 어울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혼자인 상황이 낯설고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고단했습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도, 제 마음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갔습니다.
8학년 1학기를 그렇게 보내고 난 뒤, 여름방학 동안 저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전학까지도 생각했지만, 8년째 다니고 있던 이 학교에 어떻게든 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지꿈학교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며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중학년 시절 우연히 고학년 선배들을 보며 ‘저렇게 즐겁게 지내는 선배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적어도 한 학기 동안은, 저학년 친구들에게 친근한 선배가 되어보자고. 그래서 8학년 2학기에는 먼저 다가가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 중학년과 고학년 사이에 있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벽을 허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저학년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편한 선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한 학기의 변화는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관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 경험은 이후 9학년이 되었을 때 후배들과 지내는 데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학기, 저의 1학년과 4학년을 맡아주셨던 해돋이 선생님께서 다시 담임을 맡아주셨습니다. ‘섬 여행’ 프로젝트로 다섯 번의 섬을 다녀오고, 졸업 여행까지 함께하며 저는 수지꿈학교에서의 시간을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변함없는 미소와 응원 덕분에, 저는 마지막까지 이 학교에서의 시간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해돋이 선생님께 ‘지지 않는 햇님상’장을 드리는 승현 군
돌이켜보면, 수지꿈학교에서의 9년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운동장에서 형들과 뛰던 순간,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시간, 교실에 혼자 앉아 외로움을 느끼던 날들, 그리고 다시 손을 내밀어 연결되었던 순간들까지. 저는 이곳에서 지식 이상의 것을 배웠습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 끝까지 생각하는 힘, 그리고 무엇보다 관계의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두 해 동안 혼자였기에, 저는 누구보다 ‘함께’의 가치를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공동체에 속하더라도, 먼저 다가가고,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수지꿈학교에서의 9년은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를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신 선생님들, 함께 울고 웃었던 친구들, 그리고 언제나 제 선택을 존중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지꿈학교에서 배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슴에 품고, 저는 이제 또 다른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졸업 답사 : 김승현 학생(15세)
-2026년 2월 수지꿈 학교 졸업
-2026년 3월 이우고등학교 입학
소개 글, 그림 : 일렁
-고기동에 있는 초등, 중등 9년제 대안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