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돌봄’, 독일의 ‘세대가 만나는 집’ Mehrgenerationshaus(메어게네라찌온스하우스)
비행기는 못 타지만 온라인을 타고 이번에는 훌쩍 유럽으로 l
요즘 우리 삶에서 ‘돌봄’보다 더 묵직한 화두가 있을까.
벌써 9년 쯤 전의 일이다. 독일어 교재에서 꽤 끌리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겪어가고 있는 독일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들의 고민과 문제 해결방식을 보면서 사회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새롭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Mehrgenerationshaus’였다. 고립, 돌봄, 세대 간의 소통, 이주민들의 사회화 등을 풀어나가는 하나의 시도다. 당시 수업을 하면서 진심을 담은 농담처럼 나중에 이런 거 만들어볼 거라고 학생들에게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호시탐탐 우리 마을에서, 우리 지역에서 이런 걸 만들어볼 수 없을까 하며, 가능할 만한 공간도 찾아보고 용인시와 경기도에 이를 응용한 정책 제안도 해보고 했지만, 아직 실현에 근접도 하지 못한 채로 여전히 아쉬워서 이 소개글을 쓰고 있다. 마을 일은 함께 꿈을 꾸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Mehrgenerationshaus 로고 이미지는 모든 세대가 더불어, 서로 함께 하는 집을 상징한다
요즘 돌봄을 위한 사회적 비용은 날로 증가하는데, 현 복지 체계가 다양한 성격과 형태의 돌봄 수요를 과연 감당하는 구조인가 묻지 않을 수 없고, 서비스로만 생각하는 돌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지 않고 있어서 대책은 더 요원해 보인다. 복지 비용을 줄이고, 개인의 존엄을 지키며, 누구나 서로 돌보고 돌봄 받을 기회를 마련하는 궁리가 더 늦어지지 않아야 할텐데 말이다.
좋은 방도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역시 사례다. 하나의 사례로 독일의 ‘세대가 만나는 집, Mehrgenerationshaus’을 살펴본다.
‘세대가 만나는 집 (Mehrgenerationshaus)’이란?
‘세대가 만나는 집’이란 직역을 하면 ‘여러세대의 집’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성별, 국적을 막론하고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집인 것이다. 옆에 함께 살면서 서로를 위해 일상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주민 공간이다.
Mehrgenerationshaus ‘미래의 집’ in 브레멘
Mehrgenerationshaus 하르트호프 in 바이에른
‘세대가 만나는 집’은 공동육아를 하는 부모들에게 아마도 잘 알려져있는 Mütterzentrum(엄마들의 센터, 뮈터쩬트룸, 뮈터는 무터(엄마)의 복수, 쩬트룸은 센터)과 비슷하다. Mütterzentrum은 아이들의 양육과 자신들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던 엄마들이 1985년에 전국 단위 조직을 만들어 이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전국 조직으로 퍼져 독일 전역에 400 곳의 Mütterzentrum이 만들어졌으며, 2006년 이후 Mehrgenerationshaus의 모델이 되었다. 두 조직의 차이는 Mütterzentrum은 엄마들이 그들의 문제를 이슈화 해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연대해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반면에, Mehrgenerationshaus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가족, 사회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대상을 부모, 아이 위주에서 모든 세대와 이주민에게까지 확대하여 정책화하여 마련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Mütterzentrum이 Mehrgenerationshaus로 운영되기도 한다. 비슷한 유형으로 가족센터나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간들도 있다.
역사와 현황 및 운영 방식은?
Mütterzentrum이자 Mehrgenerationshaus in 도르트문트
Mehrgenerationshaus은 2006년 니더작센 지방정부의 당시 가족부 장관이 앞서 얘기했듯이 한 Mütterzentrum을 방문하고 이 모델에 착안하여 가족 중심으로 이웃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시범 지원, 운영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장관이 이어 연방정부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Mehrgenerationshaus는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된다. 시행 1기 (2006–2011), 시행 2기 (2012–2016), 연방 프로그램 시기(2017–2020)를 거쳐 2021년 이후로도 계속 이어져 정책 기조와 원칙, 방향의 큰 변화 없이 현재 독일 전역에 약 530개의 Mehrgenerationshaus가 운영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가족의 변화, 이민자의 증가 등에 대처하는 효율적인 해법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Mehrgenerationshaus는 신청을 받아서 심사 후 공간이나 운영 주체가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서 지원한다. 연방교육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담당 기관으로 한 곳의 Mehrgenerationshaus에 년간 40,000 유로를 최장 5년간 지원한다. 이는 물품재료비, 운영비, 인건비를 충당하는데 쓰이고, 프로그램 운영이든, 그밖에 필요한 대부분의 활동은 자원봉사로 채워진다. 기본적인 운영 원칙 중의 하나가 자원봉사로, 이를 통해 주민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키우는 것도 Mehrgenerationshaus의 중요한 목적에 속한다. 운영 주체는 자치구 단위가 될 수도 있고 교구나 재단 또는 기타 사회단체가 될 수도 있다. 5년의 지원기간 이후에는 자체 사업이나 기부, 후원 등으로 유지하게 된다. 물론 지역마다 규모나 시설, 구조 등은 다 다르다.
주된 활동과 역할은?
참고로 독일의 Mehrgenerationshaus는 거주는 하지 않는 형태로 각각의 Mehrgenerationshaus는 그 지역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한다. 현장 활동과 온라인 디지털 프로그램이 있는데, 특히 디지털 프르그램은 전국적으로 그 내용을 분기별로 통합하여 정보를 공유한다.
주된 역할
이웃 간, 세대 간의 교류, 관계 형성
시민 참여활동
지역 공간 활용
집 근처에서의 일거리 창출
아이 돌봄
노인 돌봄
사회적 소외 극복
디지털 프로그램의 예
• 아빠들의 아빠들을 위한 팟캐스트
• 독일어 연습
• 디지털 카페모임
• 엄마 상담
• 주제가 있는 대화모임
• 낭독, 강연
• 요가
• 학습도움 등등
이 밖에 현장활동은 일상의 삶의 연장선 상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서로를 성장시키고, 도와가며 함께 하는 건강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일들로 가득 채워진다.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출근시간, 등교 시간이 7시 반이나 8시 정도로 이르고 하교와 퇴근시간도 꽤 이른 편이다. 그러니 가령,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어른들이 와서 먹을 것을 준비해서, 그 시간 부모가 집에 없는 아이들이 와서 점심을 먹고 놀면서 숙제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에는 혼자서 집에 있는 대신 이곳에 와서 함께 취미생활도 하고, 육아 고민을 가지고 있는 젊은 엄마들에게 경험담을 나눠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게 디지털기술을 익힐 수 있게 돕고, 옛날 얘기를 들으며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외국이주민들은 독일어를 배우고 연습하며 독일문화에 적응해간다. 이 공간의 주인, 즉 이곳을 함께 살아가는 집으로 삼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주민 누구나인 것이다. 늘 문이 열려있는 집,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들락거릴 수 있는 집,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고 쉬고 배우고 놀 수 있는 집 하나가 마을에 있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모든 연령대의 강한 성취’ ‘참여와 연대’가 Mehrgenerationshäuser의 모토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우리 마을에 이런 집이 있다면 어떨까? 가능한 공간은 어떤 곳일까?
일단 리모델링을 전제로 가능한 조건 일순위는 마을마다 있는 주민자치센터다. 지금과 같이 문화센터처럼 운영하는 대신 말이다. 그리고 이 사례대로는 아니더라도 그 다음으로 마을의 작은도서관, 경로당, 교회나 성당의 부속공간 등이 후보가 될 수도 있겠다. 요즘 새로짓는 학교 건물에 부속건물처럼 짓는 이음터(화성시에서는 학교 복합화 시설로 마을과 학교, 그리고 주민을 잇는 공간)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고, 생활문화센터, 청소년문화센터 등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공간들이 모두에게 열리고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다면, 굳이 한 곳에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단지 소비적인 활동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관계 형성과 교류 유지, 서로의 성장을 이끄는 장치나 원칙 같은 것은 필요할 것 같다.
동천동의 경우, 동천마을네트워크 소속 단체들이 가진 다양한 공간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바우처 같은 것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내게 맞는 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안내와 교류가 가능하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구경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먼저 실험하고 시도하고 요구할 일이 아닐까. 우리에게도 좋은 모델이 필요하다. 꿈꾸지 않으면, 해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창의성과 공동체 문화가 더 멋지게 펼쳐질 날은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다. 이미 여러 형태로 우리 가운데는 서로 돌보는 일들이 분산적으로 이루어고 있지만, 이런 일들이 모아지고 현장 중심, 주민 주체로 체계화되려면 많은 만남과 논의, 작은 실험과 시도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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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hrgenerationshaus 관련하여 여기 올린 사진과 정보는 다음 사이트를 이용했습니다. Bundesprogramm Mehrgenerationenhaus. Miteinander – Füreinander
Mehrgenerationenhaus – Wikipedia
소개글: 연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