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마을네트워크
home
동천동은
home

이우생활공동체(이우생공) 텃밭

발행호
vol.04
선택
누구든뭐든
작성일시
2026/06/12 12:27
최종 편집 일시
2026/06/14 01:22
작성자
날짜
파일과 미디어
스크린샷 0008-06-12 07.03.08.png

이우생활공동체(이우생공) 텃밭

봄날의 따뜻한 밥상을 마주한 곳

매년 봄이면 머내마을에는 만세운동 행렬이 이어진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께 만세를 외치고, 길을 걸으며 그날의 역사를 되새기곤 한다. 이 3월의 행사가 올해는 조금 특별한 뒷풀이를 했다. 끝나면 각자 흩어지거나 참여 단체끼리 간단한 식사 정도로 마무리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모두의 발걸음이 한곳으로 향했다. 한자리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건강하고 맛있는 우리 밥상을 공짜로 말이다. 공연을 했던 어른과 아이들이 다양한 단체들과 섞여 접시를 들고 서서, 색상마저 고운 찬들 앞에서 “배고프다, 맛있겠다” 를 연신 남발하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양반다리로 둘러앉아 “이 반찬이 더 맛있네!” 오손도손 서로의 차림을 구경하고, “남기면 안 된다!” 구박도 해 가며 싹싹 식사를 끝내는가 하면,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가위바위보로 설거지를 몰아 주기도 하고 웃음꽃을 잔뜩 피우면서 말이다.
마무리 설거지를 하고 나오면서 누군가가 던진, “각자가 너무도 바쁜 세상인데 왜 이런 큰 일을 공짜로 하는 걸까?” 라는 질문에는 아무도 명쾌한 답을 하지 못했지만 그날의 기억은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사람들을 모이게 한 초록의 마음

그렇게 기억 창고 속에 저장되어 있던 이우생공이 싱그러운 여름을 여는 6월의 공간추적 주인공으로 선정되었다. 그날의 따스함이 아스라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며, 동문그린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이우생공의 문을 두드렸다.
그날의 밥상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종이 봉투마다 한가득 담긴 완두콩들이 초록빛 얼굴을 빼꼼히 인사를 건넸고, 인터뷰 자리에는 붉고 탐스러운 토마토가 속살을 드러낸 채 싱그러운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그날 우리의 밥상에 올랐던 음식들은 이곳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던 걸까?
만세운동 뒤풀이 식사를 준비한 이우생공 이순미 대표는 그날의 밥상이 오래 품어온 바람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사실은 저한테 숙제였어요. 마을 큰 행사에 생공에서 한번 밥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랬는데 마침 ‘머내만세운동 준비 위원회’에서 제안을 하셨고, 그 제안에 제가 흔쾌히 할 수 있었던 건 그 마음이 있었던 거예요. 더 좋았던 거는 여기 항상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마을에 전혀 생공을 모르는 분들도 많이 오셨던 거에요. 이런 부분이 저희한테는 더 맞아요. 아이들도 같이 와서 너무 좋았구요”

채소보다 먼저 꿈꿔온 것들

텃밭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이우생공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우생공은 이우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급식을 준비하면서 시작되었다. 건강한 먹거리를 고민하며 좋은 식재료를 찾던 일이 자연스럽게 생활협동조합의 형태로 이어지다가, 협동조합이 아닌 '생활공동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조합원 대신 회원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동체로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무엇을 먹을까'를 넘어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지역 생산자를 살피고,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택을 이어가는 것. 이우생공이 추구하는 순환의 방식은 그렇게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왔다.
텃밭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채소를 수확하기 위한 공간이기 이전에,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 가능한 삶을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공간인 셈이다. 밥상 위에 올라오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도시 한복판, 환상의 작은 땅

마을 안에 자리한 이우생공 텃밭은 건너편으로는 아파트가 보이는, 즐비한 식당가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 도시 한복판에서 유리 돔에 감춰진 땅처럼 숨은 보물 같은 곳이다. 마치 밖에서는 볼 수 없고 안에서는 하늘도 바람도 느껴지며 바삐 돌아가는 도시가 느리게 관망되는 곳.
주인없는 땅은 분명 아닐텐데, 매달 임대료를 내는 걸까. 뜻밖에도 답은 ‘아니다’ 였다. 알고 보니 이 땅은 이우학교 학부모 몇몇 분이 함께 마련한 곳이었다.
“지금으로부터 한 8년 전쯤, 학교를 졸업한 학부모 여섯 분이 그 땅을 사셨어요. 그중 3분의 2 정도를 생공에 위탁하신 거예요. '이 땅을 여러분에게 빌려줄 테니 좋은 일에 써달라'고 하셨죠.”

수확보다 중요한 함께하는 손길

매년 봄이면 서른 가구 정도가 텃밭을 분양 받는다. 공동으로 가꾸는 텃밭도 있는데, 직접 가서 보니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밭일이라는 게 물도 줘야 하고 퇴비도 뿌려야 하고, 솎아내고 뽑아내고 수확하는 일까지 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곳은 잡초를 막기 위한 비닐 멀칭이나 농약에 의존하지 않고 운영되고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이순미 대표는 이곳이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순환을 배우고 실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 참여하는 분들은 이걸로 먹고사는 분들이 아니에요. 자급자족에 대한 작은 욕망을 조금 충족시키는 정도죠. 비닐도 함부로 쓰지 않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퇴비장도 따로 있어서 각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퇴비를 만들고, 그 퇴비를 다시 밭으로 보내요. 그렇게 순환이 되게끔 하는 거예요. 많은 농사를 짓는 게 아니니까 도시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방식이죠.”

너와 내가 가꾸는 밭에서 너도 나도 자란다

이우생공이나 텃밭의 운영을 위해 분양비를 받는 방식도 아니다. 보통 분양되는 도시의 텃밭은, 일정 금액을 내고 그 땅 주인이 좀 관리해 주고 주말마다 찾아가는 식으로 운영이 된다. 하지만 이우생공텃밭에는 공동체가 살아 있다. 참여자들은 공동텃밭 작업에 함께하고, 작업이 있는 날에는 돌아가며 참을 준비한다. 내가 한 번 하면 그 다음부터는 나는 그냥 가서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그런 대접하는 마음으로 참을 준비하는 것이다. 서로의 손을 보태고 시간을 나누는 관계 안에서 텃밭은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었다.
“같이 모여서 얘기도 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할까, 음식도 같이 나눠 먹고 그리고 와서도 같이 인사하면서 ‘너는 뭐 심었어? 나 뭐 심었는데, 이거 잘 안 되네. ‘ 뭐 이런 얘기도 할 수 있고 그러니까 다 친해요. 그러니까 새롭게 들어오셔도 금방 친해질 수 있고 그래서 그냥 예전에 그냥 어떤 작은 시골 마을에 그런 농촌 이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돼요. 한정적이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인다는 거고 그때 가면 그래도 다 아는 분들이니까 내가 돌보러 왔을 때 인사하고 같이 오기도 하고 그렇게도 하시죠.”

아이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풍경

이우생공 텃밭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초창기 텃밭의 풍경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채소보다 아이들이라고 한다. 어른들이 밭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뛰어다니며 놀았다. 무엇을 만지고 어디를 돌아다니든 크게 눈치 볼 필요가 없는 넉넉한 공간이었다.
“옛날 사진을 보면 거의 다 아이들이에요. 텃밭에서 어른들이 일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아이들은 흙하고 작물하고 너무 잘 어울려요. 어떻게 있어도 예뻐요. 아이들도 거기서 자동으로 익히는 것들이 생기겠죠. 책으로 보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어른들 사랑도 듬뿍 받고, 뭘 해도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걸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니까요. 풀을 뽑아도, 흙 가지고 장난을 쳐도, 개구리를 잡아도 크게 혼나지 않죠. 아이들이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한 3~4년 정도는 아이들이 텃밭에서 정말 많이 놀았거든요.”
그 시절의 텃밭은 동시에 아이들이 흙을 밟으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배우는 곳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텃밭이 길러낸 가장 소중한 수확은 채소가 아니라 그 시간을 보낸 아이들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큰 학생들의 농활 장소로 이용되곤 하지만 그때와 같은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놓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달라진 세대의 부모들은 초반의 힘든 경험의 벽을 넘지 못해 포기해 버리는 모습이 많이 보였던 이유와 함께 말이다.

밭에서 식탁으로, 다시 마을로

공동텃밭은 참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작물을 심고 돌보며 손을 보탠다. 그렇게 키운 부추와 고추, 가지 같은 작물들은 때가 맞으면 이우생공 반찬 재료나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수지노인복지관 반찬 나눔에 사용되기도 하고, 양이 남을 경우에는 이우생공 회원들에게 판매되기도 한다.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이를 구매하고, 그 수익금은 다시 공동체 안에서 더 큰 이웃과의 교감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모은 돈은 100% 연말에 난방비 지원금으로 나가요. 단돈 10원도 텃밭 운영에 쓰지 않아요. 올해는 어디가 필요한지 살펴보고, 꼭 필요한 곳에 보내요”
왜 난방비일까? 수확이 끝나는 11월이면 날씨가 차가워지고 자연스레 그 시기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보통 아낀다고 하면 난방비를 줄이는 것이 다반사 경험인 것에서, 특히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 힘겨운 겨울을 날 것이 염려되는 마음으로 난방비를 지원한다. 텃밭에서 자란 채소와 사람들의 정성이 한 끼 식탁을 거쳐 다시 이웃의 따뜻한 겨울로 이어지는 것이다.

채소 하나의 맛과 수고를 깨닫고

이우생공이 텃밭을 운영하는 이유는 단순히 채소를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직접 농사를 지어 보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먹거리를 알아보고 함께 공부하면서 가만히 책만 보고 이해할 것이 아니라, 손바닥만 한 밭이라도 풀을 뽑고 물을 주고 직접 가꿔보게 된 경험을 통해 작물을 돌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깻잎 한 장을 따고 토마토 하나를 수확하는 일에도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잘 모르잖아요. 그냥 마트에서 돈을 내고 사 오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농산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과자 같은 게 아니에요. 날씨에 따라 달라지고, 비가 얼마나 왔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해마다 맛도 달라져요. 작년에 맛있었던 복숭아가 올해도 똑같이 맛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농사를 경험한 사람들은 먹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생산자뿐 아니라 각 가정으로 배송을 돕는 이들의 수고까지 모두 살피게 된다. 못난 모양을 갖춘 작물도 그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뒤에 담긴 시간과 노력을 함께 보기 때문이다.
이순미 대표는 이런 경험이야말로 이우생공이 추구하는 가치의 바탕이라고 말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는 것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말로만 하게 돼요. 실제로 농사를 조금이라도 지어보면 그 마음이 달라지죠. 그래서 텃밭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계절이 돌아오듯, 다시 텃밭으로

이우생공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매일의 일상에서 먹고 입고 움직이는 생활 속에서, 편리하고 빠른 것보다 한 템포 늦더라도 인간에게 근본적인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제철에 나는 것을 먹고, 가까운 땅에서 자란 먹거리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다 보면 비싼 돈을 들이거나 많은 규칙을 정하지 않아도 건강해지고 외로워지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 근본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운영 철학이 필요하다.
“호박도 바로 따서 볶아 먹어 보세요. 다른 거 필요 없어요. 열무도 이맘때 뽑아서 된장국 끓여 먹으면 정말 맛있고요. 오이도 바로 따서 먹어 보면 맛이 달라요. 가지도 그렇고요. 그 맛을 아는데 어떻게 농사를 안 지어요? 보통 주말농장 했던 분들이 계속 하게 되는 이유가 그 맛을 알아서 그래요. 돈 주고도 쉽게 살 수 없는 맛이거든요. 특히 옥수수는 정말 달라요.”
“수입은 다 모두 거절이에요. 그러니까 레몬도 국산 레몬이면 되고 제주 레몬이나 이런 거 되고, 누가 레몬청을 만들어 왔어도 먼저 물어봐요. ‘이거 국산이에요?’ 아니에요. 그러면 안 돼요. 이렇게 가거든요.”
만세운동 뒤풀이에서 만났던 따뜻한 밥상도 텃밭에서 난, 내 터전에서 생산된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밥상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진 한 템포 느린 삶이 주는 나눔의 기쁨을 알기에, 수고스러운 일이더라도 내 이웃을 향해 넉넉한 미소로 환대하게 되는 것이다.
주말에 우리 가족만 들러 체험하고 끝나버리는 땅이 아니라, 매일의 날씨를 보며 함께 걱정하고 계절을 알아가며 뿌릴 씨앗을 고르고 흙 속에 엉켜 이어진 작물의 뿌리 마냥, 서로의 품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땅. 더 넓은 이웃을 향해 나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땅. 이우생공 텃밭은 채소를 기르는 곳임과 동시에 사람과 마을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다시 텃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절로 이해되고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샘솟게 하는 이우생공 텃밭. 바로 우리 마을에 있다!
인터뷰 : 일렁, 보노보노 / 글 : 보노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