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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궤도에서

발행호
vol.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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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뭐든
작성일시
2026/07/10 14:53
최종 편집 일시
2026/07/15 06:03
작성자
파일과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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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궤도에서

그림으로 건넨 안부 _ 전시회 현장 에세이
지난 6월 3일, 백남준아트센터에 반가운 얼굴들이 모였다. 백남준 20주기를 기념하는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백남준의 행성》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첫 어린이 대상 전시인〈색동: 우주오페라>가 열리는 곳. 이번 전시에는 우리, 용인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가족 마을공동체 ‘사이에부는바람’ 어린이들의 섹션〈서로의 궤도에서>가 마련되어 있다.
미디어 아트로 작업한 백남준의 작품들은 어린이들에게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해석하려 들면 머릿속이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지만, 눈에 힘을 빼고 바라보면 이렇게 재미난 설치작업이 또 있을까 싶어진다. 티브이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티브이 정원을 지나, 우리는 전시가 열리는 2층으로 향했다.
어린이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렇게 많은 가족이 함께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시 관람과 프로그램 일정에 대한 안내가 끝나고, 도슨트의 막이 올랐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자기를 드러내는 사이바람 친구들의 그림을 직접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날의 주인공은 자기 작품을 설명하러 와 준 사이바람의 어린이 작가들, 보정, 도현, 선재였다. 관람객들의 다정하고 열띤 질문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자기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렇게 즐거운 도슨트는 처음이었다.
행성들은 우주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서로의 궤도에서>는‘사이에부는바람’의 어린이들과 우간다 난민캠프에서 활동하는 예술교육체‘AVIAS’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전시다. 우간다와 한국, 발달장애아동들과 난민캠프의 청소년들. 마치 우주의 행성과 행성 사이만큼 멀게 느껴지는 몸과 마음의 거리에서, 우리는 짧게 밖에 소통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서로 연결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느티나무 도서관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말 대신 그림을 주고받고 서로의 얼굴을 그리며 작은 신호를 보냈다.
"안녕, 잘 지내? 나는 여기 있어."
백남준은 이제 막 티브이로 세계 곳곳의 모습을 알게 되던 시대에, 우리 모두가 우주의 행성과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각각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행성들은 우주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은 전쟁과 파괴가 아닌 사랑이어야 한다고. 그는 이 생각에 '행성적 사고'라는 이름을 붙이고 여러 작품을 창조해 냈다.
멀고 먼 곳에서 모스부호처럼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우리의 전시와, 이보다 더 꼭 맞는 개념이 있을까.
"오리 오차! Oli otya!"
우간다에서 널리 쓰이는 인사말로, '안녕, 잘 지내?'라는 뜻이다. 사이바람과 우간다의 아이들은 서로의 낯선 언어로 인사를 건네고, 인삿말을 직접 써 보기도 했다. 2년 전 영상 속 아이들은 어느새 청소년이 되어 있었다. 화면 너머로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림을 통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신기한 일이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 아이들의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무한한 호기심과 발견의 기쁨을 불러일으킨다.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끝까지 집중해 준 관람객 아이들 덕분에 전시장은 내내 생기로 가득했다.
작품을 바깥으로 확장하기
전시를 본 뒤에는 다시 플럭스룸에 모여서, 마을 이웃 ‘느긋’과 함께 전시 연계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이바람 친구들의 전시작품으로 만든 엽서를 한 장씩 고르고, 그 작품의 화면을 바깥으로 확장해 자기만의 그림으로 이어 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화면과 화면이 연결되고 확장되는 모습이 마치 백남준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와 재미를 모두 갖춘 시간이었다. 사려 깊은 진행 덕에 현장에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프로그램과 전시를 함께 도와준 하온, 서희 형님들의 든든함도 잊을 수 없다.
〈서로의 궤도에서> 섹션 외에도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하루가 알차게 채워졌다. 투표도 하고, 전시도 보고, 그림도 그린 하루. 이 하루를 함께 완성해 준 수지꿈의 부모님들과 아이들 덕분에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았다.
서로의 궤도에서 신호를!
행성과 행성 사이는 멀지만, 그 사이에는 바람이 분다.
서로의 궤도를 도는 우리는, 오늘도 작은 신호를 보낸다.
안녕, 잘 지내? 나는 여기 있어.
도우미 형님의 소감 한마디!
우선 나는 각자의 개성이 담긴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품에 친구들 각자의 생각이 담겨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었다. 다들 엄청 창의적 이었다. 특히 박보정 친구의 우간다로 통하는 문이 인상 깊었다. 어린 친구의 순수한 바램이 담겨 있어서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백남준 전시회 색동우주오페라 중 서로의 궤도에서 라는 파트를 그렸다고 들었다. 서로의 궤도에서라는 건 앞에서 말했듯이 각자의 개성이 담긴 내용의 전시인 것 같았다. _박하온(수지꿈 중3)
글 : 샛별 사이에부는바람의 활동가이자 작가. 이번 <서로의 궤도에서>전시를 공동기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