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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數學)에서 수학(修學: 학문을 닦고 삶을 배운다)으로 확장, 수만세 (2)

발행호
vol.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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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뭐든
작성일시
2026/07/12 19:44
최종 편집 일시
2026/07/15 09:19
작성자
파일과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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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數學)에서 수학(修學: 학문을 닦고 삶을 배운다)으로, 수만세 (2)

수학으로 시작해 마을로 이어진 배움 _ 에세이
10년을 이어온 청소년 모임의 새로운 시작
우리 마을에는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청소년 모임, '수만세(수학으로 만나는 세상)'가 있다. 수학을 매개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특수학교,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아가 캠프를 열고, 관계를 맺으며 함께 성장해온 모임이다.
처음의 수만세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수학을 잘하지 못했던 청소년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기 동안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방학마다 캠프를 진행하는 활동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 학생들의 고민과 새로운 시도가 더해졌고, 활동의 의미와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이우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수만세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청소년의 성장과 함께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활동은 잠시 멈추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에도 수만세를 다시 시작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한 기수의 활동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올해, 수만세를 기억하는 어른들과 새롭게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다시 손을 맞잡으며 마침내 그 맥을 이어가게 되었다.
새롭게 출발하는 수만세는 '수학'의 의미를 수학(數學)에서 수학(修學: 학문을 닦고 삶을 배운다)으로 확장했다.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을 더욱 자유롭게 기획하고, 앞으로도 '수만세'라는 이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뜻을 넓힌 것이다. 수만세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에서도 이 모임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번 글에서는 수만세가 걸어온 시간과, 새롭게 시작하는 수만세가 꿈꾸는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만세가 걸어온 길
수만세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필자는 이 모임의 역사와 가치를 보다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첫 기획부장 이진우 님과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마지막 기획부장을 맡았던 정한영 님을 만났다. 두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수만세가 어떤 공동체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수만세는 원래 'MIC'라는 이름의 작은 동아리에서 시작됐다.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는 아이들이 동네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수학을 배우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다. 이후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어린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 캠프를 운영하는 활동으로 발전했다.
첫 기획부장이었던 이진우 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MIC 동아리를 시작했고, 이후 수만세로 이어지며 스무 살까지 활동했다. 이후에도 후배들과 꾸준히 관계하고 캠프에 필요한 도움을 주며 여전히 수만세와 함께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일정이 꼬이기도 하고 준비한 걸 다 보여주지 못한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실패했던 기억들이 가장 큰 배움으로 남았습니다. 수만세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실패해보며 부딪힐 수 있는 울타리였어요."
수만세에서 보낸 시간은 자신에게 당연했던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는 시간이었다.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도 수만세를 떠올리면 공동체가 주는 힘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캠프 마지막 날, 참여한 아이들과 수만세 청소년들이 헤어지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떠올렸다. 과정이 어설프고 서툴렀어도, 진심이 서로에게 닿았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수만세의 흐름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시련 속에서도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마지막 기획부장 정한영님이 있었다. 2018년 중학생 때 처음 수만세에 참여한 그녀는 코로나 시기에도 친구들과 지역아동센터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이후에도 다시 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을 모아 캠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수만세의 명맥을 지켜냈다.
그녀의 수만세의 첫걸음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자신도 없었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몰랐어요. 당시에 저는 이우학교 학생도 아니었기에 모임 문화와 학교 구조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런 그녀를 붙잡아 준 것은 매일 활동을 마친 뒤 이어졌던 피드백 시간이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서로의 어려움과 배움을 나누고, 끝까지 귀 기울여 듣는 '경청'의 경험은 수만세를 넘어 삶의 태도를 바꾸는 시간이 되었다. 정한영 님은 수만세의 가장 큰 가치를 '함께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처음 참여하는 친구들은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면 가르치는 사람도 계속 배우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동료들에게 배우고, 멘토에게 배우고, 캠프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배워요. 누군가와 함께할 시간을 상상하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이미 자연스러운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즐거움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설렘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랑을 믿는 어른들이 있었기에
수만세를 이야기하면서 이희란 선생님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학생 모집부터 준비모임 지원, 활동 기관 연결, 캠프 운영 지원까지 오랜 시간 수만세 곁을 지켜왔지만, 정작 선생님은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이들이 다 했죠"라며 몸을 낮춘다.
하지만 수만세를 경험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진우 님과 정한영 님 모두 이희란 선생님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학생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태도를 꼽았다. 회의도, 결정도, 실행도 늘 학생들의 몫이었다. 선생님은 간섭하는 대신 필요한 순간에만 적절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결과보다 과정을 응원해주었다. 그 단단한 믿음 속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새로운 수만세
작년 겨울, 이희란 선생님은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만세를 다시 이어가 보면 어떨까요?"
오랜 시간을 이어온 깊은 모임인 만큼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혹시라도 그 귀한 흐름을 내가 망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해 보세요. 하다가 멈춰도 괜찮아요."
선생님의 그 말은 큰 용기가 되었다. 성과보다 과정을 함께하는 어른이 되어보라는 따뜻한 제안으로 들렸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발달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이웃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꿈꾸는 모임인 ‘사이에 부는 바람(사이바람)’이었다. 이어 학교와 학생, 학부모와 마을을 연결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 줄 이우락쿱이우지역연대위원회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하나둘 이어진 관계들을 바라보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조건들이 조금씩 갖추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바람도 떠올랐다. 이우의 졸업생과 재학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었다. 10년 넘게 기수를 따라 이어져 온 수만세 라면 그 단단한 다리가 되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겼다. 겨울 동안 여러 단체를 찾아가 수만세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모두가 따뜻하게 손을 맞잡아 주었다.
그 과정에 학부모 동아리 수만세를 결성하고, 간식, 활동 지원, 캠프 식사 지원등의 역할을 하기로 하였다. 과정에 부모들도 모여서 장애이해 교육을 받기도 하고, 수만세를 이어 가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기로 하였다.
2026년 봄, 마침내 첫 준비모임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가장 오래 이야기한 것은 '수만세'라는 이름을 그대로 이어갈 것인가였다. 논의 끝에 우리는 이름은 그대로 두되, 그 의미를 넓히기로 했다. 이제 수만세는 수학(數學)을 넘어, 서로 손을 잡고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수학(修學)의 의미를 담는다.
청소년들은 스스로 기획하고, 부딪히고, 협력하며 자신만의 나이테를 쌓아갈 것이다. 그리고 마을 속 다양한 이웃을 만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갈 것이다.
다시, 마을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후배들을 향해 두 선배는 귀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경험은 나중에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수만세가 주는 에너지를 믿으세요." — 이진우
"준비 과정은 막막하고 캠프에서는 긴장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잘하려 하기보다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면 오래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거예요. 언제나 즐거움이 먼저인 수만세였으면 좋겠습니다." — 정한영
수학(數學) 캠프로 시작했던 수만세는 이제 마을에서 함께 배우고 살아가는 수학(修學)으로 그 의미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학생들이 이어온 작은 씨앗은 이제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마을 사람들을 만나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새롭게 출발하는 수만세의 걸음에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좋겠다. 함께하고 싶은 학생과 마을 어른은 언제든 환영한다. 캠프를 함께 만들어갈 다양한 재능과 응원도 늘 기다리고 있다.
문의 및 참여 : 책방 우주소년 또는 이우락쿱 홈페이지
글 : 백현심 별명은 까미, 이우중학교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