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여름, 잠시섬에서 만난 다정함
첫 번째 공간 | 아삭아삭 순무 민박집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들어서니 '이주의 잠시섬 친구들'이 적힌 칠판이 보인다. 반가운 이름과 낯선 이름들 사이, 우리도 각자의 얼굴을 그려 넣는다.
강화유니버스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여행자와 지역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 '잠시섬'이다. 친구들과 잠시섬 19기로 5박 6일을 머물렀다. 숙소로는 아삭아삭 순무 민박집, 스테이 아삭, 잠시섬 빌리지가 있는데, 우리가 머문 곳은 아삭아삭 순무 민박집이었다.
"아삭아삭 순무 민박집이라는 이름, 왜인지 귀엽지 않아?" 친구들과 나눈 이 공간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아삭아삭이라! 귀엽고 맛있게 먹는 친구들의 얼굴이 그려지는 단어다. 숙소의 이름과 같이 순무가 바로 느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숙소에 도착 후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솔트 커피 & 조 커피 랩에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쿠폰과 작은 노트도 받았다.
바깥이 트인 라운지를 지나 쭉 따라 올라가면 아늑한 거실과 침실이 보인다.
3층으로 구성된 아삭아삭순무 숙소/ 1층 강화유니버스 라운지 — 칠판에는 '이주의 잠시섬 친구들'이 적힌다 / 2층거실과 주방/ 3층 침실
이곳엔 이곳만의 특별한 시간이 있다. 바로 회고 시간. 자유롭게 하루를 보내다가도 저녁 9시 30분이면 숙소로 돌아와 다 같이 회고한다는 것은 잠시섬에서 제일 중요한 약속 중 하나이다 . 회고에서는 그날 다녀온 곳부터 길에서 우연히 만난 고양이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사람이 다녀온 곳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 괜찮은데? 내일은 이걸 해 볼까?' 하고 새로운 계획을 주워 담아 갈 수도 있었다.
회고의 분위기가 잘 달아오를 때는 누군가 용기 내어 자신의 글을 읽어 주기도 한다. 룸메이트 중 한 분은 잠시섬 프로그램으로 '즉흥! 글쓰기 : 여름 작물'에서 옥수수를 주제로 쓴 글을 공유해 주셨다. 자신의 동생과 옥수수를 나눠 먹었던 이야기, 그리고 그런 동생과 나를 위해 옥수수찜을 해주셨던 엄마와 그런 엄마가 그립다는 글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낭독을 이어갔다. 모르는 이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읽은 적은 처음이라며 부끄러워했으나 우리 모두 당신의 옥수수에서 각자 가족의 애틋함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활동 ① | 강화나들길 걷기
잠시섬에는 강화도에 놀러 온 이들을 이어 주는 특별한 활동이 있다. 나들길에서는 생태 활동가 개꿩님과 함께 숲을 거닐었다.
'나들길'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 예상치 못한 습기를 마주했다. 그럼에도 잊을 수 없었던 것은 강화가 오랫동안 보존해 온 깨끗한 자연환경이었다.
개꿩님은 이 길이 가진 역사뿐만 아니라 이 숲을 함께 이루는 생물들도 소개해 주셨다. 이름 모를 왕의 무덤, 한때는 말이 다녔던 길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로 넘어와 개꿩님이 어린 시절 찾아다녔던 사마귀 알집까지. 우리는 개꿩님의 시간 속을 걸어 다녔다.
개꿩님이 왕릉을 소개해 주시다 말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 주겠다며 우리를 펜스 너머로 안내하셨다. 언제 문화유산의 울타리 너머까지 들어가 보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을까? 머뭇거리면서도 따라가 보니 작고 둥근 호랑이상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이 친구가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나오는 푸른 호랑이 '더피'의 모티브가 된 석호(石虎)라고 한다. 능을 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는 친구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귀신을 쫓아내 주고 있는 걸까?
나들길에서 기억에 남은 또 하나는, 나를 무겁게 만드는 고민을 숲에 두고 가는 시간이었다. 걷는 내내 각자 고민을 적는다. 그리고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 답장을 적는다. 다시 또 다른 사람이 고민과 답글을 읽어 준다.
출처: 예스24
소개해 주신 책은 조미자 작가님의 <걱정 상자>
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림책은 감동을 말로 다 설명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엔 엄마와 함께 읽어서 좋지만, 어른이 된 뒤엔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세상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어서 더 좋다.
요즘 나의 고민은 내가 지망한 과에 대한 의문이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정 분야를 지망한 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다시 찾다 보니 그림과 영상을 만드는 일 자체가 무거워져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내 고민에 대한 답변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기억에 남은 것은 '계속 이 일을 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었다.계속할 것 같은 사람이라. 어쩐지 내가 상상하는 미래도 결국 비슷할 것 같아, 왜인지 두근거렸다. 숲 한가운데에서 말 한마디로 고통받던 마음이 편해지다니, 걱정이란 건 알다가도 모르겠다.
출처: 예스24 걱정상자 본문 일부
비가 온 직후여서 그럴까. 다양한 생물들이 숲에 나와 있었다. 그중 1급수에서만 보인다는 민물가재도 발견했다! 이 숲을 보며 자란 개꿩님도 민물가재는 굉장히 오랜만에 만났다고 한다. 사진으로 봐도 그렇지만, 내가 생각했던 크고 딱딱한 갑옷 같은 모습과는 달랐다. 좀 더 납작한 절지동물 같은 묘한 느낌이 이상했다. 가재에게는 미안하지만, 생각보다 멋있는 생물은 아닌 것 같다.
좌)돌 틈 속 민물가재 / 우) 어린 사마귀
좌)두꺼비 / 우) 청개구리
활동 ② | 대지가 건네는 가장 정직한 한 끼 — 사계절 농사 & 음식 워크숍
강화도 기념품 가게를 들르다 보면 '왈순아지매'라는 이름이 붙은 김부각을 볼 수 있었다. '왈순아지매? 친근하면서도 처음 보는 브랜드다.' 그런데 일정이 비는 날에 별생각 없이 신청했던 사계절 농사 & 음식 워크숍의 주인공이 왈순아지매였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왈순아지매는 농사를 좋아하는 대표님과 요리를 좋아하는 분, 그리고 홍보를 잘하는 분까지 총 세 명이 함께 창업한 기업이다.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기보다 자신들만의 아이템을 만들어 로컬 시장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강화유니버스의 이런 프로그램이 지역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건강한 방법의 하나라 좋다고도 하셨다. 그날 우리가 해 볼 요리는 단호박주먹밥과 찰옥수수였다.
단호박 주먹밥에 들어간 것이 영양밥과 단호박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맛있어서 집에 싸들고 왔다. 근데 정작 완성 사진이 없는 걸로 봐선 먹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하나 찍어 둘걸' 하는 생각이 집에 돌아와서야 든다.
찰옥수수 / 참외수박화채
그리고 찰옥수수와 참외수박으로 만든 화채까지! 난 이가 안 좋아서 찰옥수수의 끈끈함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맛있게 먹었다. 실은 그날 비가 왔기에 직접 수확해 보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또한 찌거나 섞는 과정은 대표님이 해 주셨기에 일반적인 요리 교실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활동이 있는 이유는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서 오는가?'를 다정한 방법으로 알려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트에서 사는 채소와 과일, 카레가루 같은 것도 결국 어디선가 온다. 그렇지만 우리는 맛과 가격, 그리고 유기농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소비할 뿐, 그 뒤편의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도 직접 나고 자란 것들을 보라고 농촌 배움 활동을 진행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경험은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오고, 그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런 활동만으로 농촌 사람들의 일에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이어 주는 선한 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섬에서의 로컬 탐방기
1. 동막해변 — 우연이 데려다준 저어새
나는 새를 좋아한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행동에서 오는 매력도 있지만, 걷다가 우연히 만난 이들의 이름을 내가 알게 된다는 것이 좋다. 동막해변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갯벌 해변이다. 특히 보기 드문 저어새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 친구들을 이끌고 버스에 올라 함께 찾아갔다.
도착하자마자 반겨 주는 저어새들
어쩌다 보니 딱 간조 시간에 맞춰 갯벌도 볼 수 있었다.
춤추는 게
실은 저어새를 관찰하기 좋은 시기도 아니었고, 원래는 저어새의 생태와 습성을 배우며 배를 타고 저어새가 앉은 곳을 둘러보는 체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계획 없이 오기로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터라, 아무것도 신청하지 않은 채 찾아왔다. 그래서 당연히 저어새에 대한 기대는 놓고 왔으나…그런데 갯벌 저 끝에, 정말로 저어새가 서 있었다.
역시 탐조는 우연으로 이어지는 세상에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비록 눈으로 보기 힘든 위치였지만, 친구들과 카메라를 돌려 가며 보았기에 생생하게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노랑부리저어새까지! 물론 이 친구는 정말 멀리 있어 사진으로 형체만 겨우 남았지만, 천연기념물을 직접 눈으로 볼 줄은 몰랐다. 보긴 봐서 기뻤다. 다만 시기도 아닌데 어떻게 볼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나중에 개꿩님께 여쭤보니, 이 친구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기가 아니어도 머물러 있다고. 다시 한 번 자연과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2. 그림책이 머무는 곳 —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
강화나들길에서 만나 뵈었던 개꿩님과 다시 한 번 이어질 줄은 몰랐다. 나들길을 걸으며 읽었던 그림책과, 우리가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자, 개꿩님이 그림책 도서관인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에 놀러 올 생각이 없냐며 다음 날 차로 데려다주시겠다고 하셨다. 내일 일정이 없던 우리와 함께 나들길을 걷던 룸메이트 예은님까지 그림책 도서관에 놀러 가기로 약속했다.
놀이터가 좋은 친구
굽이굽이 길을 따라오면 보이는 나무집. 입구에선 알록달록한 나무 놀이터가 반겨 준다.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은 그림책을 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작가님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거나 직접 작가가 되어 보는 경험도 할 수 있는, 그림책을 위한 공간이다. 실제로 들어가니 아담한 그림책 도서관이 보였다. 폭신폭신한 빈백 꼭대기에 앉으면 도서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절대 작은 도서관은 아니다. 한눈에 들어올 뿐, 안으로 들어갈수록 공간이 계속 나온다. 곳곳에 쉴 수 있는 방과 사람들이 참여해 만든 그림책과 소품까지, 여러 사람의 정이 옹기종기 모여 도서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책. 펼쳐 보니 누군가가 추천 문구도 적어 놓았다. 페이지마다 숨어 있는 빨간 나뭇잎을 찾는 재미를 알다니, 나만큼이나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어 놓은 추천글임이 틀림없다. 이 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책엔 이런 추천 문구가 숨어 있다. 책을 처음 본 사람도, 읽었던 사람도 새로운 감정으로 보물찾기하듯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책을 보다가, 룸메이트 분과 우리는 도서관을 예약하며 신청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따뜻한 밥과 천장을 장식한 그림책 표지들 덕분에 마음의 양식까지 함께 취하는 기분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다면 4인 메뉴도 괜찮겠다. 로제와 크림 파스타, 얇은 반죽의 피자와 상큼한 음료까지 함께 먹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도서관에는 특별한 점이 또 있다. 바로 고양이 사서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친절하게 곁을 내주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다. 사서 선생님께 두 고양이의 이름을 여쭤보자, 아래 그림책에서 찾아보라며 책을 보여 주셨다.
그림책 제목은 <도서관 고양이>로 강화도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바람숲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한다.
고양이 '레옹'이 도서관을 누비며 우리가 아는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여행을 떠난다는 아기자기한 판타지와 함께, 도서관 고양이 가족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다루고 있었다. 아마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그림책으로 들어갔는지 바로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읽고 보니 책의 주인공은 주황 고양이 레옹이지만, 정작 레옹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일 먼저 들어왔던 레옹은 들어올 때 이미 나이가 있던 터라 먼저 도서관을 떠났다고 한다. 그 뒤를 잇는 친구들이 지금 보이는 회색 고양이와 하얀 고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름이 궁금한 자들은 책으로 찾아볼 것) 빈백 꼭대기보다도 더 높은 곳에서, 레옹은 놀러 오는 아이들과 어린 고양이들을 지켜보고 있을까? 도서관을 나오는 내내 하늘 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3. 포도책방 — 책장을 빌려 파는 서점
입구를 들어서면 방문객을 환영하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과 나무로 제작한 간판을 만나게 된다. 실은 여행 3일째, 가장 먼저 들렀다가 오후에 연다는 사실을 알고 발길을 돌렸던 곳이기도 하다. 여행 마지막 날, 그 기억이 아쉬워 다시 들렀다가 우리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추억을 만들었다.
포도책방은 지역마다 지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립 서점이다. 그런데 책을 파는 방식이 참 독특하다. 개인이 책장을 임대해 팔고 싶은 책과 굿즈를 두고, 물건이 팔리면 점장님과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책방과 사람을 연결하고 있었다.
우리가 책을 구경하는 동안 책방 사장님께서는 과자와 메리골드 차, 그리고 여름 토마토를 선물해 주셨다. 평소에 토마토를 좋아하거나 찾아 먹는 편은 아닌데, 사장님의 정성이 담긴 맛이라서 그랬던 걸까? 왜인지 그날 책과 함께 먹었던 토마토는 아삭하고 상큼했다.
짭짤한 과자 위에 토마토를 얹어 먹는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결국 친구가 남긴 과자까지 몽땅 카나페로 만들어 다 먹어버렸다.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던 우리를 보시더니, 사장님께서는 어디서 왔냐는 이야기로 물꼬를 트셨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이우학교라는 대안학교를 나왔다는 것, 사장님의 두 딸은 풀무학교를 나온 청년이라는 것, 아직 집에 남은 중학생 아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책방에서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책을 나눠 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요즘 남중 학생들은 "누가 책을 읽냐"며 웃고 지나가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교육에 관심 있는 분이셔서 그럴까. 우리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가 바라보는 청소년의 모습까지 넘어갔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무언가를 직접 경험해 보기도 전에 재미없을 것이라 단정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을 쉽게 넘겨 버리는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요즘은 서로 다른 생각을 마주하기보다,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을 쉽게 무시하거나 냉소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내가 나온 모교는 건강한 토의 방법과 '나'에 대한 것을 중심적으로 다루는 학교였다. 졸업한 이후에도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학 면접에서도, 누군가를 만날 때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아마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책방을 나오기 전, 친구가 엄마와 함께 재미있게 읽었다던 책을 결국 구입했다. 구입한 책은 바로 책장 주인에게 소식이 전달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눈 대화들과 또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책이라 왜인지 웃겼다. 이야기하느라 못 읽었던 부분은 천천히 읽어 가야지.
4. 계속되는 탐방 — 곳곳이 볼거리인 섬
그 밖에도 강화도엔 다양한 장소가 있다. 옛 방직 공장을 다시 꾸며 골동품과 함께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조양방직이나 강화성당, 강화 부근리 지석묘 등 아직 가 보지 못한 곳도 많았다. 처음 여행을 계획하고 아직 떠나기 전에는, 5박 6일이 지루하거나 너무 긴 시간이 되지 않을까, 혹여나 도미토리 형식이라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나가지 않는 날이 없었고, 그 긴 시간 동안에도 아직 둘러보지 못한 곳들이 꽤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꼭 유명한 특정 지역이 아니더라도 곳곳이 모두 볼거리라는 것이다. 시내를 조금 나가면 50년 된 문방구의 주인분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100년 된 초등학교,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자 강화유니버스의 회의가 이루어지는 유유기지, 때로는 미스터리 장르의 책만 팔고 주말에만 문을 여는 서점도 있었다. 곳곳에는 사람에게 친절한 고양이도 많았다.
또 저녁마다 사람들이 각자 여행하고 온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몰랐던 장소도 알게 되고 알고 있던 곳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강화 성당에 갔을 때는 몰랐는데, 예배 시간에 맞추면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르간 연주를 못 들어서 아쉽다.
마치며 | 좋았던 점은 달라도, 결론은 같았다
회고 시간이 끝나면 우리는 룸메이트들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우리끼리 모여 오늘 본 것들을 그리기도 했다. 집에서는 폰을 보며 누워 있던 시간이었는데, 그곳에서는 폰을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각자 좋았던 곳은 달랐다. 누군가는 모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포도책방이 좋았고, 누군가는 조 커피랩의 쿠키가 맛있었다고 했다. 나는 우연히 새들을 만났던 동막해변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결국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는 결론은 같았다. 강화 마을이 건네준 상냥함을 조금 더 맛보고 싶었다.
추신) 만일 잠시섬에 온다면 노을 지는 하늘을 꼭 보자. 5박 6일 중 모든 노을이 아름다웠다.
강화유니버스 잠시섬1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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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동천동 청년 연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