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대학 - 커뮤니티가 대학이 될 수도 있을까?
푹푹 찌는 무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살랑거리는, 바야흐로 독서.. 아니, 입시의 계절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 입시 때문에 마음이 답답한 분이 계실까요? 그렇다면 잠깐 마당발.신 탐색 코너와 함께 쉬어 가는 시간을 가져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이웃나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시부야 대학’으로 온라인 탐방을 다녀왔거든요.
화려한 야경에 쇼핑몰, 백화점, 레스토랑이 즐비한 번화가인 시부야에 대학이 있다고? (시부야 거리/ 대학의 전신인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제가 처음 ‘시부야 대학’이라는 이름을 들은 건 지난 4월이었습니다. 친구가 강화유니버스의 ‘잠시섬 in 시부야대학’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일본에 다녀왔다는 것이었어요.
시부야에? 그게 왜 대학인데?
제 친구가 참가했던 수업(프로젝트)의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 시부야에서 멈출 수 있을까? 였습니다. 시부야 대학의 스태프와 함께 오래된 공원, 공중 목욕탕, 서점 등을 돌아다니면서 잠시라도 멈춤(쉼)을 꾀할 수 있는 공간과 방법을 탐색했다고 하더라고요. 일반적인 대학교가 아닐 거란 건 쉽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학습 공동체, 커뮤니티일 텐데 굳이 ‘대학’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뭘까 궁금했습니다.
‘시부야’라는 장소도 의외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시부야는 쇼핑몰, 백화점, 레스토랑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사람과 자동차가 도로를 가득 메우며 흐르는 상업/관광지였으니까요. 모든 것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시부야에서 일상을 살며 생활의 가치를 창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생경했습니다.
#무료 #거리의 학장 #풍부한 생활 #사회를 바꾸는 #정답이 없는 수업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고, 교실이 없습니다. 일정한 수업 커리큘럼 역시 없습니다. 경계나 문턱이 없이 활짝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는 걸까요? 기술을 습득하지도, 연구를 하지도 않는 대신 ‘계기가 되는 학습’을 제공할 테니 새로운 자신과 사회를 바꾸는 방법을 - 정답은 없어도 자신의 대답을 - 찾아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마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발신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찾은 해답이 ‘학교’라는 중립적인 장소였습니다.
모두가 자신들의 사회에 대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플랫폼’을, ‘학습의 장소’를 통해 만들어 가고 싶게 되었습니다.
약간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서의 배움이 고등학교까지의 배움과 차별 되는 지점이 있다면, 정답이 없는 문제를 분석하고 깊이 파고들기도 하면서 사회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사고 해 보는 것이니까요. ‘학생의 특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소 엉뚱하더라도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허용되거나 보호를 받았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시부야 대학에서 추구하는 배움과 학습의 장소가 이런 것이라면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거대 도심에서 학습 공동체가 가능했던 비결
처음엔 시부야 같은 초거대 도시에서 어떤 커뮤니티를 꿈꿀 수 있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유동인구가 정주인구의 3배나 되는 시부야에서 꾸준히 ‘인간적으로’ 만날 사람들을 모은다는 게 너무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면서 ‘안전한 학습의 공간’이라는 방향성이 포인트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못 진지하거나 무거울 수 있는 사회적 화제에 대해서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르침과 배움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모이는 것이지요. 거주민이냐, 방문자냐 따위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사통팔달 뚫려 있는 접근성, 일정한 커리큘럼과 교실이 없는 ‘열려 있음’이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사람과 자원을 시부야 대학으로 끌어와 주는 힘인 듯 보입니다.
‘안전한, 열린 학습 공간’ 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에 세심한 기획력이 뒷받침된 덕에 시부야 대학은 문을 연 2006년 이래로 현재까지 20년간 성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토, 나고야, 삿포로 등 일본의 여러 지역에 전파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원의 ‘누구나학교’가 누구나 강사 또는 학생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유사한 컨셉을 갖고 운영되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학교는 아쉽게도 2023년에 프로그램이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마을에도 ‘대학’이 있다면?
우리 마을에는 참 다양한 배움 동아리들이 있습니다. 어반 스케치, 수묵화, 글쓰기, 풍물, 밴드, 인문학 독서, 크고 작은 기획 강연들까지. 매달 흥미로운 강좌가 풍성하게 열리지요.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비할 바 없이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동네라는 자부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우리 마을에서도 ‘마을이 캠퍼스가 된다’는 비전을 가지고 삶과 배움이 하나가 되는 교육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 바로 마을 공동 교육 프로젝트인 ‘2016 우리동네 모두학교’입니다. 비록 현재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머내영화제 ‘나도 감독’의 뿌리가 된 ‘시나리오 창작 아카데미’, 지역 역사를 발굴해 낸 ‘머내여지도’팀, 마을합창단 ‘밥챙알챙’, 풍물패 ‘울림’ 등 마을의 자랑스러운 모임들이 싹을 틔우는 눈부신 성과가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록동천 아카이브를 참고하세요)
우리 마을의 가장 소중한 자원은 교육입니다. 그런 우리 마을에 마침 대안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있지만 대안 대학교는 아직 없네요. 그렇다면 ‘동천동 대학’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교육 자산과 네트워크에 꿈 한 스푼, 철학 두 스푼, 열정과 열린 마음 세 스푼이 추가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지 않나요?
가을바람을 핑계로 입시 이야기를 꺼냈다가 쌩뚱맞은 마을 대학 이야기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과열된 머리를 식힐 겸 한바탕 유쾌한 상상을 해 보았다 치고 어여삐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이 가을 모든 분들에게 가슴을 울리는 배움의 순간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글 : 나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