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그’ 무엇
애지중지 시리즈3_하루를 애지중지하며 보내게 하는, ‘그’에 대한 이웃의 고백을 들어볼까요.
새벽 ‘서’ 曙 그리워할 ‘련’戀의 시간
얼마 전 친구에게서 특별한 선물 하나를 받았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악기를 만지는 나의 습관을 들여다보던 친구가 지루하지 않냐고 물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꽤 오랜 시간을 이렇게 산책과 독서로 보냈는데 딱히 지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산책하는 시간, 아침 첫 시간을 자연과 함께하다 보니 사계절의 변화를 다 느낄 수 있다. 어제의 아침과 오늘의 아침이 다르고 나뭇잎의 색깔이 조금씩 변해 가는 것도 본다. 가끔은 길 잃은 고라니가 방황하는 것도 보고, 연꽃 사이를 우아하게 거닐며 세수하는 듯한 고니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호수 공원에는 나만의 은신처가 있다. 공원을 반 바퀴 정도 돌면 쉼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맨손 체조를 한다. 잠깐 하는 체조가 나의 건강을 온전히 책임져 주지는 않겠지만 몇 번 몸을 움직였다는 것 만으로 건강해졌다는 착각을 하며 만족해 한다.
걸을 때는 주로 공원의 풍경을 둘러보거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는다. 아침 공기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며 듣는 둥 마는 둥 걷다 보면 한 바퀴가 끝나 있다.
시작은 운동이라도 하려는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를 준비하며 나를 위한 묵상의 시간인 듯하여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친구와 나눴더니 생일날 선물로 종이 한 장을 건네 주었다.
‘서련’. 나에게 호를 하나 지어 주고 싶었단다. 새벽 ‘서’ 曙 그리워할 ‘련’戀 ‘새벽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름이 참 좋았다. 나의 삶과 맞닿아 있는 이름, 내가 소중히 여기는 나만의 시간을 기억해 주는 친구, 그래서 이 이름이 참 좋다.
책
난 책이 좋다. 책을 만지는 것도 좋아하고, 읽는 것도 좋아한다. 독서 동아리 세 개에 참여하고 있다.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어느 날 눈에 들어온 책, 그 책들을 읽어내고 나누는 것이 일이자 나 자신의 일부가 되었다.
숙제처럼 읽어 나가는 책들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읽을 시간은 부족하고 책은 두껍고 버거웠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 중에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님의 책이다. 그 책을 읽는 동안 난 내가 읽고 만난 사람들, 그리고 일 그 모든 게 나에게 축적되어 나의 재산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로 읽은 책이라 할지라도 그 책을 읽고 알게 된 지식과 성찰은 곧 나의 재산이 된다.
이후 나는 책 읽는 것이 더 즐거워졌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출근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책을 읽고 짧은 기록을 남기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돌아본다. 그렇게 내가 보고 경험하고 축적해 낸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애지중지하는 귀한 것이 되었다.
최근에 읽게 된 책 [시대의 소음] 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을 연주해 보면서 알게 된 작곡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시대를 알고, 작곡가를 알고, 음악을 알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듣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점이었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독서동아리 활동은 책이 가져다주는 기쁨도 주지만 또 하나의 재산을 얻게 해 준다. 바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사람, 친구들이다. 책을 통해 공유하고 나눈 생각들, 얻게 된 마음들이다.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미술관에 가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간다. 그러면서 책을 읽는 것으로부터 확장되는 많은 것들을 경험한다.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가, 물건인가, 시간인가, 사람인가?
나이가 들면서 딱히 애지중지하게 되는 물건들이 사라진 것 같다. 20, 30대에 애지중지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나를 위해 쓰는 온전한 시간이 소중해졌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사람들이 소중해졌다.
피클을 많이 담갔다며 병 하나를 도서관에 놓고 가시는 분, 배고플 시간이라며 꽈베기 봉투를 건네주시는 분,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읽은 책의 감동을 나누고 가는 분, 종교는 달라도 만나면 반갑게 손 흔드는 수녀님, 그리고 마을도서관을 드나들며 짧은 인사와 즐거운 수다를 나눠주는 분들, 어쩌면 나의 소중한 ‘그’ 무엇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도 나의 소중한 시간을 채우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애지중지하며 보낸다.
글, 사진 : 숲속 도서관 관장 강성혜, 서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