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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디어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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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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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4 00:47
최종 편집 일시
2026/10/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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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잡지 ‘디어 교하’

두 강물이 만나는 곳, 교하의 사람들과 잡지 이야기_인터뷰
두근두근, 파주
큰아이가 어릴 때 헤이리마을과 시공사 북카페에 다녀온 뒤로, 멀어서 다시 가 보지 못한 파주였다. 인터뷰 전날 비가 내리더니 10월 5일 월요일은 햇살 사이로 바람이 불어 다소 쌀쌀했다. 우리는 먼저 파주출판단지의 심장이라는 지혜의숲과 그 주변 둘레길을 둘러보았다. 담쟁이덩굴로 감싸인 건물과 보라색 지붕의 공방, 출판사 건물과 북카페들이 모여 있지만 답답하지 않은 이국적인 거리를 잠시 걸었다.
연연은 디어교하 멤버들에게 줄 선물로 사과케이크와 시나몬파이를 굽고, 마당에서 딴 구절초와 수레국화를 정성스레 포장해 오셨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분답게 이번에는 실패했을지 모른다며 너스레를 떠셨지만, 파이는 적당한 단맛을 시나몬 향이 가득 감싸고 있어 정말 맛있었다. 나른한 오후,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물에 향기로운 커피로 환대하는 디어교하 멤버들을 쩜오책방에서 만났다. 운정5동 꽃아마길 모퉁이에 자리 잡은 동네문화공간 쩜오책방은 월요일이 휴무지만, 이날은 디어교하 회의 공간으로 잠시 열려 있었다. 멤버들이 커피를 내리고 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짧게나마 그 주변을 스케치할 수 있었다.
쩜오책방 스케치
꽃아마길35 모퉁이에 자리 잡은 쩜오책방
문을 열면 먼저 반겨 주는 손뜨개 마크라메 / 파주북페어와 동네 사진전 소식이 걸린 창문
동네 책방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서가
책방에서 공방과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쩜오의 활동을 알 수 있는 표지
꽃과 파이와 다솜님
창으로 가을이 들어오는 공유부엌에서 우리는 마주 앉았다. 디어교하 정기회의에 앞서 내준 귀한 시간이었다. 기록동천에는 10년 치 마을 기록이 쌓여 있고, 그 기록을 살아 있게 하려고 시작한 것이 마당발신이다. 디어교하는 창간 초기부터 이 잡지를 눈여겨봐 온 연연이 동천동과 닮은 공동체가 있다며 가 보자고 노래를 부르던 곳이다. 20년 가까이 인연을 쌓으며 9년째 쉼 없이 마을 잡지를 내고, 이웃들이 그 잡지를 읽게 만든 힘은 무엇일까. 질문을 한 보따리 챙겨 간 기자단 다섯(나디, 연연, 아리, 일렁, 울림)과 디어교하 멤버 넷의 이야기는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디어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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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교하의 계간 마을 잡지. 2017년 창간, 내년에 10주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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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700부가 모자라 300부를 더 찍은 뒤로 줄곧 매호 1,000부를 무료로 배포한다. 인쇄비(한 호 150만~160만 원)를 뺀 모든 일은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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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단체 '마을발전소'의 모임 가운데 하나로, 쩜오책방에서 2주마다 회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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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은 '운정의 뿌리, 교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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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구독 후원은 연 3만 원. 가을호는 산책 지도, 마을 보드게임, 교하 다이어리 같은 특별판으로 낸다.
◦
2023년 마을발전소 이름으로 경기마을미디어 공모전 우수 활동팀(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도지사 상, 시청자미디어재단 미디어창작콘테스트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장들은 쩜오책방 서가에 디어교하 단체 사진과 나란히 놓여 있다.
9년의 시간이 한 칸에. 함께 웃는 디어교하 식구들, 마을미디어 상장, 그리고 최신호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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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 사진 활동가, 마을발전소 대표. 디어교하라는 이름을 짓고 5년 가까이 대표를 맡아 '디어교하의 어머니'로 불린다. 2015년 교하로 이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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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 · 북디자이너. '다솜'은 순우리말로 '사랑'이라는 뜻으로, 유니텔 초창기부터 30년 가까이 써 온 이름이다. 예쁘고 나랑 어울리겠다 싶어 골랐다고.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모든 호를 디자인했다. 서울 홍대 근처에 살다 15년 전 교하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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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토미 · 디어교하TV 국장, 기술 담당. 교하도서관 개관 때부터 사서였던 아내를 따라 이 동네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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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헤 · 운영위원장. 활동명은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 왔다. 스물두 살에 산책하다 쩜오책방에 들어온 것이 시작이었다. 미술 전공을 살려 표지 그림을 그리다 기자단이 됐고, 지금은 스물여덟이다.
왼쪽부터 다솜, 별헤,곰토미 님,시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리에 없는 한 사람의 이름이 자꾸 나왔다. 인터뷰하는 오늘 심학산 도토리마켓에 셀러로 나가 있던 이마담 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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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담 · 책 모임 '책벗'의 주축이었고, 교하도서관에서 일했고, 쩜오책방지기로 책방을 바깥에 알려 온 사람이다. 디어교하를 만드는 사람 가운데 여럿이 그와의 인연으로 교하에 살게 됐다.
시시 님은 그를 만나고 이사를 결심했다.
"저도 그분을 만나고 여기로 이사 올 생각을 할 정도로 이 동네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 사람들이 너무 재밌어서, 여기 있으면 나도 재미있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시)
다솜 님은 온라인에서 먼저 그와 친해졌다. 이사를 고민하던 다솜 님에게 이마담 님은 교하로 오라고 했고, 한 번 미룬 끝에 결국 왔다. 별헤 님도 책방에서 처음 만난 그에게 "너 이런 거 좋아하니까 자주 와라"는 환대를 받았고, 그 길로 청년 모임이 시작됐다.
"만나 보시면 아시겠지만 에너지가 정말 엄청나세요. 한번 물면 아주 그냥 안 놓으세요." (다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교하가 되었듯, 이마담 님과 얽힌 인연들이 흘러들어 마을 주민이 되고, 마을 잡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왜 이 동네에 살까

어떻게 이토록 오래 만나 왔는지 나디가 묻자, 시시 님은 질문 하나로 거슬러 올라갔다. 사진을 찍으며 동네를 기록하다 생긴 질문이었다.
"왜 이 동네에서 살까? 나도 이사를 오긴 했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좀 낡은 신도시인데 (…) 왜 사는지, 계속 살 건지, 그런 게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그 질문을 가지고 사람들을 모았어요." (시시)
이웃 여섯이 모여 경기문화재단 지원으로 인터뷰와 사진을 엮은 작은 책을 냈다. 이듬해엔 여섯이 저마다 이웃을 하나씩 데려왔고, 사진과 인터뷰 워크숍을 열며 동네를 기록했다. 자료가 쌓였을 때를 시시 님은 이렇게 기억했다.
"이걸 가지고 뭘 할까 하다가, 우리 동네엔 잡지가 없는데 한번 해 볼까? (…) 우리도 한번 해 보자. 그때는 잡지가 뭔가 좀 힙했잖아요. 그래서 만들게 됐어요." (시시)
잡지 이름을 묻는 연연에게 시시 님은 캐나다 토론토 유학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동네 커뮤니티 공간에 'Dear Toronto'라고 적힌 편지지가 꽂혀 있었고, 주민들이 그 아래 빈칸에 자기 동네에 편지를 썼다. 그 정겨운 말이 마음에 남아 있다가 교하에서 다시 떠올랐다.
매달 내는 마당발신과 달리 왜 계간인지 아리가 묻자, 다솜 님은 처음부터 오래 갈 호흡을 고민했다고 했다.
"한 달 한 달 너무 빡빡하게 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처음부터 조금 여유 있게 분기별로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순식간에 돌아오더라고요." (다솜)

운정의 뿌리, 교하라는 이름을 지키다

교하(交河)는 한강과 임진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고지도에도 오르는 오래된 이름이지만, 신도시 개발 뒤 행정동 이름은 '운정'이 됐다. 왜 그렇게 됐는지 나디가 묻자 곰토미 님이 님이 사정을 풀어놓았다. 옛날 기차역 이름을 지을 때 근처 우물에서 따온 이름이 운정이었고, 새로 뜨는 운정 신도시 쪽으로 이름을 맞추면 아파트값에 도움이 될 거라는 여론이 컸다는 것이다.
"역사가 있다는 건 솔직히 지금 시점에서 보면 콘텐츠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콘텐츠를 집값에 팔아넘겼다는 게 굉장히 마음이 아파요. 콘텐츠라는 건 굉장한 고부가가치거든요." (곰토미 님이)
행정 지역명에서 교하가 아예 없어진 거냐는 일렁의 물음에는, 아주 작게나마 '교하동'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은 건 그 정도다.
그래서 디어교하는 이름을 지키는 잡지가 됐다. 10년 동안 달라진 게 있느냐는 물음에 시시 님은 새 이웃들 이야기를 했다. 운정인 줄 알고 이사 온 이들이 책방에 들렀다가 잡지를 받아 들 때다.
"그러면 '아, 그렇구나. 원래 여기는 이런 곳이었군요' 하세요. (…) 그런 마음으로 교하라는 동네를 다시 한번 바라봐 주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너무 뿌듯했어요." (시시)
그 마음을 담아 멤버들은 각자 세 개씩 문구를 내어 슬로건 '운정의 뿌리, 교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골랐다. 시시 님 말대로 "'우리 교하가 최고야', 이건 아니잖아요." 새 이웃과 함께 갈 말을 찾느라 오래 고민한 문장이다.
잡지에 무엇을 실을 지에도 원칙이 있다. 실리고 싶어 하는 가게가 늘었지만, 처음부터 정한 것은 지킨다.
"어느 공간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홍보해 준다거나 그런 건 정말 피하자. 이 공간의 스토리나 사장님의 이야기를 알았을 때 '이거 우리 잡지랑 어울리겠다' 싶으면 하는 거죠." (다솜)
그렇게 소개한 가게 가운데 실린 뒤 문을 닫은 곳도 꽤 있다. 다솜 님은 그마저도 좋게 본다.
"좋게 생각하자면 우리 잡지로 그 동네가 아카이빙된 거잖아요. 이렇게라도 남겨 줘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생각해요." (다솜)
이 잡지는 사람을 동네로 데려오기도 했다. 운정 쪽에 살다가 디어교하가 너무 좋아 교하로 이사 온 이웃이 있다. 다솜 님의 지인은 디어교하를 볼 때마다 마을을 따뜻하게 담는 '무해한' 느낌이 든다고 했단다. 좋은 것만 보여 주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좋은 곳과 따뜻한 사람을 소개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이 멤버들의 설명이다.
1,000부는 어떻게 독자에게 닿을까. 일렁이 배포 방법을 묻자 다솜 님과 곰토미 님이님이 번갈아 답했다.
"구역을 나눠서,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짝꿍을 지어 골목 주변이랑 출판도시에 돌리고, 도서관에도 뭉텅이로 드려요." (다솜)
"교하도서관에 400부 정도 가면, 교하도서관에서 파주의 모든 도서관으로 나눠 줘요." (곰토미 님이)
그 말에 일렁이 반가워했다. 동네 도서관 느티나무에서 디어교하를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창간호와 최신호까지 디어교하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곰토미 님이 님이 직접 만든 홈페이지 뷰어에서 넘겨 볼 수 있다. PDF를 올리면 페이지별로 잘라 책장처럼 넘기게 해 주는 뷰어다. 해마다 내던 유료 서비스 비용을 아끼려고 만들었다.

"좋다, 재밌다"가 묶은 10년

잡지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게 뭐냐는 연연의 질문에 곰토미 님이 님은 짧게 답했다. "10년 된 거지 뭐." 다솜 님은 그 비결을 2주마다 열리는 회의에서 찾았다. 누가 아이디어를 내면 "좋다, 재밌다"가 먼저 나온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람이라 소개한 곰토미 님이 님도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모일 때마다 다들 좋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과연 저래도 되나 싶었어요. (…) 이제는 바뀌었어요. 그 힘이 굉장히 크고, 이게 진짜 10년을 묶을 수 있는 힘이구나 하는 걸 최근에 느꼈어요." (곰토미 님이)
다솜 님은 무엇보다 마음을 꼽았다. 무언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이웃이 좋아하는 곳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해 왔다는 것이다.
"내가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정말 안 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해 왔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다솜)
여럿이 함께 만드는 일이라 매번 서로를 살피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누구 하나 자기만 튀려 하지 않는 멤버들이라 잘 어우러진다고 했다.
힘든 순간은 없었느냐는 나디의 질문에는 지난해 겨울호 이야기가 나왔다. 일정이 밀리면서 한 호 건너뛰자는 말까지 오갔을 때, 막내 격인 별헤 님이 디어교하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생각하면 늦더라도 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런 시선도 있구나. (…) 선배인 우리한테 이렇게 말해 주는 후배가 있다는 게 정말 고마웠어요." (다솜)
그 무렵 별헤 님이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한 사람에게 몰리던 대표 자리를 두 명씩 돌아가며 맡아 보다가, '대표'가 무겁다는 말에 이름도 운영위원장으로 바꾼 자리다.
살림은 늘 빠듯하다. 공모사업에 떨어진 해에는 벼룩시장을 연다. 물품을 보내 달라고 하면 이웃들이 쓰던 물건을 내놓고, 멤버들은 그것을 들고 파주 북페어와 헤이리 햇빛장에 나간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별헤 님은 10주년 리뉴얼 이야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플리마켓에서 이웃분들이 보내 주신 후원 물품을 판 금액으로 딱 한 호만큼의 인쇄비가 채워져요. 그렇게 한 호가 나오면 그다음에도 어떻게든 또 딱 한 호만큼의 인쇄비가 나오고요. 그래서 한 호 한 호가 정말 놀랍고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별헤)
"1년에 네 번의 기적을 만난다는 건 대단한 거 아니에요?" 하고 울림이 받자, 연연이 고쳐 말했다. "기적을 만드시는 분들이요."

문턱 앞의 이웃에게 & 오래 가는 법

디어교하에는 사진가, 북디자이너, 편집자, 시인이 있다. 일부러 모은 게 아니라 동네에 살던 사람들이 워크숍에서 만났을 뿐이다. 울림은 그 점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 문턱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별헤 님은 글을 쓰고 싶으면 일단 써 주면 된다고, 함께 읽고 봐 주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곰토미 님이 님은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전문가가 문턱이라기보다는 생각을 달리하면 돼요. 참여할 때 저 사람들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면 되는데, 들어갈 때부터 저 사람처럼 해야지 하면 안 돼요. 따라갈 수도 없고요." (곰토미 님이)
청년의 자리는 별헤 님에게서 넓어졌다. 동네에서 나고 자란 그는 초·중·고 동창들에게 직접 원고를 청한다.
"'너 이번에 우리 디어교하에 글 한번 써 볼래?' 이렇게 하면서 많이 섭외가 되는 것 같아요." (별헤)
덕분에 기자단은 20대부터 50대까지, 남녀가 고루 섞였다. 마당발신의 색깔을 고민하던 아리가 편집 방향을 묻자, 별헤 님은 정해 둔 매뉴얼은 없고 한 호 한 호 쌓으며 색깔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도 가게를 홍보하지 않고, 표지 그림은 동네 작가에게 맡긴다는 원칙은 지킨다.
기자단의 얼굴도 다양하다. 3년 전 처음 온 한 이웃은 배워야 한다며 수첩을 들고 멤버마다 붙잡고 묻고, 취재마다 따라다니더니 금세 주축이 됐다. 일본 국적의 기자는 직접 인터뷰하고 글을 쓴다. 남양주로 이사 간 뒤에도 한동안 교하를 생각하며 음악 에세이를 보내온 기자도 있었다. 꼭 교하에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회의에서는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냉철하게 판단해 주는 남성 멤버들이 균형을 잡는다.
"회의할 때 조금 더 냉철한 판단으로 그 역할을 해 주시는 것 같아요." (별헤)
디어교하에는 잡지 말고 영상 채널 '디어교하TV'도 있다. 어떤 이야기는 잡지로, 어떤 이야기는 영상으로 하는지 기준이 있느냐고 일렁이 묻자, 곰토미 님이 님은 고개를 저었다.
"기준은 없고요. 디어교하TV는 따로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디어교하TV는 상시로 콘텐츠가 올라가야 했는데, 잡지는 3개월마다 나오잖아요. 거기에 맞추기가 되게 애매했어요." (곰토미 님이)
잡지 기사를 영상으로 함께 찍어 보려고도 했지만, 영업 중인 가게라 장비를 설치하기 어렵거나 촬영을 부담스러워하는 인터뷰이도 있었다. 그래도 돌봄센터 기사에는 QR 코드를 달아 인터뷰 영상을 이었고, 낭독 꼭지도 영상과 연결했다. 다만 QR을 넣으려면 잡지가 나오기 전에 영상이 먼저 있어야 해서, 생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끼리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 디어교하TV는 지금 쉬고 있다. 촬영과 편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그 하나였기 때문이다.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에게 몰리면, 그 사람 신상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유지하기가 힘들어져요. 그래서 저희는 끝난 게 아니라 멈춰 있다고 표현해요." (곰토미 님이)
곰토미 님이 님에게는 오래 마음에 걸린 일이 있다. 처음엔 재미있을 줄 알고 왔다가, 일이 되면서 미안하다며 떠나는 사람들이다.
"굉장히 죄송하다고 하면서 빠지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 대해서 저는 솔직히 약간 죄책감이 있어요. 제가 뭔가를 잘못 조정한 게 아닌가, 저분이 마을 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상황을 제가 빼앗은 게 아닌가." (곰토미 님이)
새 멤버를 위한 매뉴얼과 수습 기간을 만들자는 논의도 3~4년 전에 있었지만 접었다. 즐겁자고 모인 일이 신문사처럼 '일'이 되면 버티기 어렵다고 봤다. 결과물만큼 우리 자신을 지키는 게 중요하고, 그래야 모임도 지킬 수 있다. 9년이 가르쳐 준 균형이다.

잡지 밖으로

지원사업의 결실은 주로 가을에 맺힌다. 그래서 디어교하의 가을호는 잡지가 아닌 다른 모양의 특별판이 되곤 했다. 첫 특별판은 2018년 교하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만든 산책 지도였다.
"우리가 잡지는 쭉 하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시시)
만든 것들은 지금도 쓰인다. 산책 지도를 보고 부동산을 찾아와 이 동네가 너무 좋다며 집을 계약한 사람이 있었다. 마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담은 마을 보드게임은 멤버 '뭐하라' 님이 카드 그림 100장 가까이를 혼자 그렸는데, 근처 학교 선생님의 연락으로 지금도 아이들 수업에 쓰인다. 2021년에 나온 교하 다이어리는 청년 작가 넷이 교하의 사계절을 하나씩 그린 만년 다이어리다. 페이지에 칼집을 넣어 그림을 액자처럼 끼울 수 있게 했고, 정기구독 선물이 되었다가 엽서와 스티커로도 이어졌다.
잡지가 쌓이자 배우러 오는 사람도 늘었다. 강동도서관은 도서관 앞 전통시장을 기록하고 싶다며 강의를 청했고, 그 수업에서 아카이빙 책 한 권이 나왔다. 올해는 같은 도서관의 글쓰기 수업과 이웃 마을공동체 수업, 바로 옆 운정6동 수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읍에서는 '디어교하 기자단이 바라본 법원읍'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와서, 파주 북페어와 연계한 온라인 특별판 '디어 법원'을 준비 중이다.
그림책 소통 워크숍 '아시타청'도 그렇게 바깥으로 나갔다. 몇 년 전 파주시가 증빙 서류 없이 100만 원을 주는 '문턱 없는 실험실'을 열었을 때, 멤버들은 각자의 도구로 소통 워크숍을 하나씩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중 그림책 워크숍이 가장 반응이 좋아 시니어 공동체를 비롯한 파주의 여러 모임에 불려 다닌다. 받은 사례비 일부는 다시 디어교하 제작비로 들어간다.
"그림책이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매개가 되는 거예요." (시시)

디어교하가 본 우리

며칠 뒤, 디어교하 인스타그램에 그날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우리가 찾아간 하루를 그쪽 시선으로 다시 보니 새삼스러웠다.
⛪
지난 월요일, 디어교하 정기회의에 앞서 반갑고 귀한 손님들이 찾아주셨어요! 용인 동천동에서 활동하시는 <기록동천>의 월간뉴스레터 "마당발신" 멤버 다섯분이 먼길을 오신거죠! <디어 교하>가 궁금하다는 이유 하나로! 🥹
한아름 안겨주신 어여쁜 구절초와 수레국화 다발은 마당에서 직접 데려오셨다하고요, 맛있는 냄새로 먼저 디어교하 기자단을 사로잡은 갓구운 빵까지 선물로 주셨답니다. 이 다정함을 어찌 표현할수 있을지🧡
디어교하의 역사, 교하라는 이름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 함께 오래도록 해올수 있었던 비결 등등,, 정말 디어교하를 많이 연구(?)하시고 다양한 질문들을 준비해오셔서 감동이었답니다. 곰토미 님이, 다솜, 별헤, 시시는 되도록 잘 답변드리려고 노력했어요!🤗 조금이나마 먼길 달려오신 것에 누가되지 않았기를!
디어교하 기자단이 만든 라벤더방향제도 구입해주시고 교하다이어리까지 이쁘다하시며 구매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실 저희보다 이미 먼저 10주년을 맞이하셨다는 선배 공동체분들이었어요. 오히려 저희가 이것저것 물어보며 배울 것들이 많을 분들이 아닐지…🥹
만남 이후에 심학산에서 열리는 도토리마켓도 들렀다 가셨다고 해요. 파주의 이웃들에게서 좋은 에너지 받아가셨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또 디어교하 기자단이 용인 동천동에 찾아가서 더 반갑게 만날 날을 기다려보겠습니다!🙏🏻🧡
<기록동천> 뉴스레터 "마당발신" 화이팅!
— 디어교하 인스타그램에서
배우러 간 자리였는데, 그쪽에서도 우리를 선배 공동체라 불러 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한 하루였다.
디어교하팀과 마당발신팀 다함께 한컷! 왼쪽부터 곰토미 님,일렁,연연,울림,시시,별헤,아리,나디,다솜

탐방을 마치며

자리를 정리하며 디어교하 기자단이 만든 라벤더 방향제와 교하 다이어리를 샀다. 손에 들어 펼쳐 보니 다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도토리마켓에 볼거리가 많다고 추천해 주셔서, 이마담 님도 뵐 겸 시옷책방이 있는 심학산 도토리마켓에 갔다. 이웃 장인들이 만든 다양한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감상하고 오늘 처음 나왔다는 청년이 만들어 팔고 있는 전과 떡볶이를 먹으며, 플리마켓에서 가방과 옷을 샀다. 쩜오책방 부스에서 독서 동아리 책벗이 추천하는 도서를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홍보하시는 이마담 님을 잠깐 뵈었다. 이마담 님 이름처럼 느티나무도서관 관장님, 우주소년 대표님까지 알고 계셔서 처음 뵙지만 반가웠다.
도토리마켓 쩜오책방부스앞 하트를 날리는 이마담 님 한 컷!
사람들을 이어 준 이마담 님과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파주 여행 지도 L홀더에 소개된 멋진 곳들을 제대로 가 보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돌아와야 했다. 이제 막 뉴스레터를 시작한 우리에게 디어교하가 건넨 이야기를 적어 둔다. 적다 보니 우리 모습도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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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내는 것보다 지치지 않는 것. 디어교하는 생업과 함께 오래 가려고 처음부터 계간을 택했다. 매달 소식을 내는 우리도 속도보다 호흡을 먼저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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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두 사람 이상이. 디어교하TV가 멈춘 것도 촬영과 편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몰린 일은 그 사람이 바빠지는 순간 멈춘다. 우리도 꼭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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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일 공간이 있다는 것. 커피발전소와 쩜오책방은 9년 동안 디어교하에 회의 공간을 내주었다. 우리에게도 쩜오책방 같은 우주소년과 곳곳에 대여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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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재밌다"를 먼저 말하는 것. 그 말이 디어교하의 10년을 묶었다. 돌아보면 우리도 그렇다. 연연이 무언가를 제안하면 나디와 일렁이 먼저 맞장구치고, 생업 중인 틈틈이 인터뷰와 기사를 열정적으로 작성해주시는 보노보노, 새로 합류한 아리는 선뜻 손을 든다. 그 곁에서 구름, 나무늘보는 늘 조용히 연구하며 기록동천 홈페이지를 뚝딱뚝딱 새로 만들어 낸다. 그렇게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며 함께 간다.
이들은 9년 동안 어떻게 잡지를 계속 발행하며 함께해 왔을까. 디어교하가 들려준 답은 거창하지 않았다.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내가 발 딛고 사는 곳에서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마을 담론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있고, 마을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이 이웃에게 가 닿은 것.
내년이면 디어교하는 10주년을 맞는다. 두 물줄기가 만나 교하가 되었듯, 그곳에서 또 어떤 이웃과 만나 어떤 작당을 벌일지 벌써 궁금하다. 다음에는 디어교하 기자단이 동천동으로 찾아오기로 했다. 그날을 기다리며, 1년에 네 번의 기적을 만들어 가는 디어교하 식구들을 응원한다.
글 : 울림 인터뷰 : 나디, 연연, 울림, 아리, 일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