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검사>
2026/ 네덜란드,독일,프랑스/드라마/117분/15세 관람가
감독: 세르게이 로즈니차/주연: 알렉산데르 쿠즈네초프
강철같던 혁명은 검붉은 녹이 슬고
불꽃같던 정의는 사그러져 재만 남았으니...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하는가?
교도소의 굳게 닫힌 거대한 문. 둔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니 한 남자가 서있다. 간수들의 안내로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또 다른 문이, 또 다른 문이...
이 영화의 스토리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진 직접 영화를 보시면서
알아가시면 됩니다. 영화의 시대배경과 소재, 주제 또한 마찬가지겠죠.
배우들 역시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 즈음이면 뒷통수를 후려치는 충격과 함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집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카프카가 생각났습니다.
마치 카프카가 영화를 만들면 이렇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의 작품들인 ‘성(城)’, ‘소송’, ‘시골의사’의 주인공들, 예를 들면
K라는 익명의 주인공이 성으로 올라가려하나 올라가지 못하고, 소송에서 자기 죄를 알려하나 알지못하고, 왕진을 갔으나 왜 그곳에 왔는지 알수는 없으며
유령과 환상에 쫒기며 길을 잃어버리는 시골의사...
이 영화속의 주인공을 굳이 카프카의 주인공들과 비교한다면
분명한 소신과 열정과 정확한 목적의식이 있다는 점이겠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카프카의 소설이 이미 100년 전에 쓰여졌지만, 오늘날에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그 상징성과 독특한 표현방식, 시대를 초월하는 현대성에 있듯이 이 영화 역시 어떤 역사앞에 내놓아도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超시대성을 지니고있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영화에서는 계속 문이 나옵니다.
‘모든 벽은 문이다’ 라고 랄프 왈도 에머슨이 얘기한 이유가
고통과 좌절을 통해 새로운 문이 열릴 수 있고, 개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면
이 영화는 ‘모든 문이 벽이다’ 라고 얘기하는 듯 합니다.
진실을 찾기위해 문을 열고 또 열고, 들어가고 또 들어가보지만 진실은
안보이고, 출구가 없다면, 출구가 아니었다면 그건 거대한 벽과 같을
것입니다. 닫힌 문보다 거대한 벽이 또 있을까요?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떻게 견뎌내고 어떻게 싸워서 이겨내고 어떻게 살아내야할까요.
분노할 적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나선형 계단을
끝없이 오르고 나니 내리막길이었고, 결국 오른 곳은 자기가 처음 출발한
바로 그 자리였다면...
세상에 이런 영화 소개글은 처음 써봅니다. 근데 이렇게밖에는 더 이상
이 영화를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정도로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스토리와 주제를 가지고 있는, 정말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니까요.
民主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세상이고
社會주의는 사회가 가진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세상이고
共産주의는 모든 국가와 계급과 화폐가 사라진 세상이라 말하죠
그것이 처음의 그 정의로움과 순수한 열정과 혁명정신이 사라지고
한 개인, 한 집단만을 위한 이기적인 권력수단이 되었을 때 그 이데올로기는
종언을 고하고 전체주의가 됩니다.천박한 금융독재주의가 됩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참고로 힌트를 좀 드리죠. 영화의 시대상황은 스탈린이 정권을 잡고
레닌의 바램과 달리 숙청과 독재를 통해 전체주의로 치닫던 시기의
한 검사 이야기입니다.
아니 두 검사 이야기입니다. 궁금하시죠?
꼭 같이 보고 보다 깊은 씨네토크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절대 놓치지 마세요.
ps. 올해 제가 본 최고의 작품 4.
센티멘탈 벨류, 그저 사고였을 뿐, 두 검사, 시라트

